작년에 뮤지컬 [디어 에반 핸슨(Dear Evan Hansen)]을 바탕으로 한 소설을
리뷰했었는데요,
오늘은 해당 뮤지컬을 영화화한 동명의 영화를 보고 온 후기를 몇 자 적어볼까 합니다.
Dear Evan Hansen
(디어 에반 핸슨)
감독 - 스티븐 크보스키
각본 - 스티븐 레벤슨
2021년 개봉
너무 오래 전이라 제가 책 리뷰를 작성하면서 원작인 뮤지컬에 대해 얼마나 자세히 설명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디어 에반 핸슨]은 현재 브로드웨이에서 가장 잘 나가는 뮤지컬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핫한 작품입니다. 토니상, 그래미 등 각종 대규모 시상식에서 수상하기도 했구요.
제가 처음 이 작품을 접하게 된 건 [더블캐스팅]이라는 뮤지컬 배우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통해서 입니다.
평소 뮤지컬이라는 장르를 굉장히 좋아하는 만큼 유튜브에서 클립들을 종종 챙겨보곤 했었는데요,
https://www.youtube.com/watch?v=V7JTzNdJs2c
우승자이신 나현우 배우님이 부르신 'Waving through a Window'라는 넘버입니다.
무대를 너무 인상 깊게 봐서 자연스럽게 원작에 대한 관심 역시 가지게 되었고
다른 넘버들도 찾아 들어봤었습니다.
아직 뮤지컬을 관람하지는 못했지만요...
언젠가는 꼭 브로드웨이에서 보고 싶은 작품입니다.
지난 글에서 말씀드렸다시피 사실 스토리 자체가 정말 제 취향이다, 싶은 시나리오는 아닙니다.
배경이 미국 고등학교인지라 문화 차이를 무시할 수 없기도 하고
전개나 설정 자체가 제가 평소에 좋아하는 장르와 거리가 멀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라 공감이 가는 부분도 많았고,
무엇보다 넘버들이 너무 좋아 그 자체만으로도 메리트가 있는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그럼 본격적으로 영화 얘기를 좀 해보겠습니다.
많은 뮤지컬 원작 영화들이 그렇듯 약간의 설정 변경과 각색이 있었는데요.
그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코너'라는 인물의 존재감이 영화 상에서 상당히 줄어들었다는 점입니다.
(앞서 언급했듯 저는 풀 뮤지컬을 관람하지 못했기 때문에 모든 비교는 책과 이루어진다는 점
알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책에서는 코너가 죽은 이후에도 코너의 속마음이나 과거 회상 등 부가적인 이야기 전개가 1인칭으로 이루어지는데,
영화에서 코너는 죽은 이후 오로지 다른 인물들의 언급을 통해서만 등장합니다.
책에서는 코너 머피와 에반 핸슨의 이야기라는 느낌이 강했다면, 영화에서는 에반 핸슨이라는 단 한 명의 인물을 중심적으로 다루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좀 의아했습니다.
제 사견입니다만, 이런 설정 (죽은 코너가 이야기 전반에 계속 직접 등장하며 전개에 참여하는)은 오히려
영화라는 장르 특성상 뮤지컬보다 더 잘 살릴 수 있지 않을까 싶었거든요.
영화를 보는 내내 '코너는 안 나오나?' '나레이션으로 나올 법도 한데'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던 걸 보니
저한테는 코너의 존재가 시나리오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처럼 느껴졌던 모양입니다.
또 주인공들을 둘러썬 등장 인물들의 설정이 조금씩 바뀌었습니다.
에바의 '가족 친구'인 재러드는 게이라는 설정이 추가됐고, 제 기억이 맞다면 소설 속에서는 그다지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았던 학생 회장이나 여타 다른 학우들의 이야기도 조금 더 자세히 풀어냈습니다.
이 부분에서도 호불호가 조금 갈릴 것 같은데, 저는 좋은 점 반 아쉬운 점 반 정도의 느낌이었습니다.
우선 영화를 관통하는 주제인 '청소년 우울증'과 SNS 사용 실태 등의 현실적인 문제들을 주인공만이 아니라 다른 인물들에게까지 투영함으로써 임팩트가 더 커진 것 같아 좋았구요,
이건 좀 딴 얘기이긴 하지만 전반적인 분위기가 좀 더 '미국 고등학교'스럽게 바뀐 것 같아 인상적이었습니다.
색다른 분위기의 [하이스쿨 뮤지컬](물론 전혀 관련이 없는 영화입니다. 단지 제가 생각하는 미국 하이틴의 정점이기에...)
같았달까요...?
재러드가 이성애자가 아니게 되었다는 설정 등은 전개와 아무 관련이 없었기에 전혀 신경쓰이지 않았습니다.
그냥 캐릭터의 이미지 자체가 책을 읽으면서 상상했던 것과는 사뭇 달라 흠칫했다 정도?
조금 아쉬웠던 부분은 코너의 가족과 에반, 그리고 에반의 엄마 사이의 관계에서 이루어진 설정 변화인데요.
이 부분만큼은 확실하게 하고 싶어서 영화를 본 직후 집에 돌아와 책을 다시 펼쳐 봤었습니다.
우선 코너의 가족은 설정 상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요.
어떤 이유에선지 모르겠지만 아버지가 친아버지가 아닌 새아버지가 되었고,
어쩐지 가족 전체가 에반에게 조금 더 헌신적인 것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굳이 이유를 떠올려 보자면 인물 간의 감정을 조금 더 극대화하기 위한 선택이 아닐까 싶지만
개인적으로는 책의 분위기가 조금 변색된 것 같아 아쉽습니다.
앞서 언급한 코너의 부재 역시 꽤 영향이 컸는데요,
책에서의 코너는 보다 더 입체적인 인물이었는데 영화에서는 '마약쟁이 불량 학생인줄 알았지만 알고 보니 착하고 재능 있는 아들' 정도로 치부되는 것 같아 조금은 실망스러웠습니다.
에반과 어머니인 하이디의 관계는 조금 더 신파적으로 바뀌었습니다.
전반적인 이야기 틀은 비슷하지만 뭔가 영화 [신과 함께]에서 수홍이와 엄마의 대화를 보는 기분...?
이 장면을 알고 계실지 모르겠지만 그때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래도 이런 설정은 크게 신경 쓰이지는 않았습니다.
가장 결정적이었던 건 에반 핸슨이라는 인물의 설정이었는데,
책과는 다르게 에반은 스스로 잘못을 시인하는 동영상을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코너를 조금 더 이해해보겠다며 주변 인물들에게 메일을 보내 정보를 요청합니다.
조금 더 주도적이고 주체적인 인물이 된 느낌이죠?
이 부분에서 뭔가 캐붕이랄까요...에반의 평소 성격과 성향을 고려했을 때 갑자기 너무
드라마틱한 변화가 생긴 것 같아 어색했습니다.
영화를 처음으로 봤다면 별 생각 안들었을 수도 있겠지만 이미 책을 본 뒤라 아쉬움이 조금 컸습니다.
그럼에도 나쁜 영화는 결코 아니었습니다.
우선 주연 배우인 벤 플랫을 비롯한 배우들이 배역 소화를 너무 잘해주셔서 귀가 호강하는 기분이었구요,
CG나 화면 연출도 적절하게 잘 돼서 눈도 즐거웠습니다.
특히 수많은 사람들(설정상 SNS 유저들과 인플루언서들)의 클립이 하나로 합쳐지면서 같이 떼창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영화 [엑시트] 생각도 잠깐 스쳐지나가면서 흥미로운 연출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위에서도 말했듯이 이 작품은 청소년들의 다양한 문제들을 주로 다루는데요,
마약 같은 문제들은 아무래도 문화가 다르다보니 이입이 어려울 수도 있으나 우울증 및 불안장애 등의 주제를
너무 무겁지 않게, 동시에 너무 가볍지도 않게 다뤄서 현직 학생 입장에서 흥미롭게 볼 수 있었습니다.
작품의 캐치프레이즈라고도 볼 수 있는 #YouWillBeFound라는 문구를 효과적으로 전달한 영화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관련 클립 올리며 마무리하겠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0CPEwkpyE_o
제가 정말 좋아하는 배우인 박강현 배우님의 커버 동영상입니다.
(옥구슬 굴러가는 목소리...[웃는 남자] 보고싶었는데....)
영화 보고 여운이 남아 이틀 동안 계속 반복 재생한 클립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7VkEKqfmF-I
또 영화 크레딧이 올라가면서 샘 스미스가 부른 'You Will Be Found'가 흘러나오는데요,
왠지 모르게 그 장면이 머릿속에 깊이 박히더라구요.
영화 때문인지, 샘 스미스의 목소리 때문인지, 넘버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아직까지도 들으면 가슴이 좀 먹먹해집니다.
영화를 볼 예정이 아니시더라도 한 번쯤 들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뮤지컬이나 뮤지컬 영화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추천드리고 싶은 영화입니다.
학생 분들에게도 더없이 좋은 영화가 되지 않을까 싶구요.
마냥 따뜻하기만 한 영화는 아니지만 그렇기에 더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위로가 되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한 가지 주의사항....
시나리오 자체가 주인공이 엄청난 거짓말을 했다가 들키는 내용입니다.
거짓말이 들키는 순간 공감성 수치가 엄청나단 얘기죠.
이게 책으로 볼 때는 그래도 괜찮았는데
영화는 눈으로 보며 감상하는 장르다 보니 그 임팩트가 더욱 세더라구요.
저는 막판에 같이 관람한 분과 함께 손을 꼭 붙잡고 봤습니다. 대리로 너무 수치스러워서요.
짧게 몇 줄 적을까 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길어졌네요.
다음에 또 기회가 된다면 영화 리뷰로 다시 찾아오도록 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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