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에 실제 그룹명을 언급하면 실례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지양하려 했지만,
그냥 편하게 쓰기로 했습니다.
여기는 제 일기장이니까요.
요즘 뉴진스가 인기가 많습니다.
뉴진스 노래를 처음부터 끝까지 들어본 적 없는 저조차도
'무슨 노래 들으세요? 뉴진스의 하입보이요'를 아니까요.
노래도 부를 수 있습니다.
제목에는 엔믹스를 불러놓고 갑자기 뉴진스?
이거 설마....또 그룹끼리 비교하면서 돌려까는 뻘글인가?
라고 생각하시기엔 아직 이릅니다.
저는 이 글에서 그 어떤 그룹도 폄하하거나 욕하지 않을 예정이니까요.
뉴진스의 노래는 대중뿐만 아니라 전문가, 즉 평론가들에게도 호평일색입니다.
제가 최근 굉장히 즐겨보던 음악 전문 유튜버도 뉴진스에 관한 동영상을 업로드하셨더라구요.
전문가들이 뉴진스의 음악을 고평가하는 정확한 이유를 음악적 테크닉에 문외한인 제가 이해하기에는 어렵겠지만,
어쨌든 대중성과 짜임새 모두 성공한 그룹임은 분명합니다.
다만 저는, 뉴진스보다는 엔믹스가 좋습니다.
누가 더 좋은 음악을 하고, 누가 더 노래를 잘 부르고, 누가 춤을 더 잘 추고, 누구 노래가 순위가 어떻느냐를 떠나
그냥 엔믹스의 노래가 더 제 취향입니다.
O.O를 듣는 순간 어? 이거 뭐지? 했습니다.
이전에 이미 릴리, 해원 양의 SURVIVOR 동영상을 보고 '아 JYP가 또 일냈다...'를 느꼈던 저지만요.
근 5년 동안 데이식스로 시작해 빠른 속도로 제며들어 어느새 JYP의 노예가 되어버린 저는 직감했습니다.
이번에도 나는 박진영 선생님을 벗어날 수 없겠구나...
그리고 DICE를 듣는 순간 이거다, 탄성이 절로 나왔습니다.
바로 '내가 원했던 게 이거잖아!' 모드가 된 겁니다.
그렇게 ENTWURF 앨범이 발매된 후 유튜브라는 바다를 망령마냥 떠돌아다니며 엔믹스 무대를 보던 저는,
평소와 같이 댓글창을 읽다 반복되는 비슷한 댓글들에 미간을 찌푸렸습니다.
"왜 이렇게 실력 있고 예쁜 친구들한테 이런 노래밖에 못주냐?"
"컨셉이랑 노래가 이게 뭐냐? 회사가 정신 못 차린다."
TANK나 DICE에 대한 부정적인 코멘트는 대부분 '너무 시끄럽고 정신 없다', '가사가 무의미하다'라는 내용이었습니다.
(멤버들에 대한 비판, 아니 비난은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그냥 개소리임)
그럴 수 있습니다. 음악은 어쨌든 개인의 취향이니까요.
그리고 사람마다 같은 노래더라도 감상은 당연히 다를 수 있으니, 이에 대해 코멘트하는 것 역시 대중의 자유입니다.
(아니 근데 꼭 가사에 심오한 의미가 있어야 하나? 모르겠습니다. 오아시스 가사도 개소리가 그렇게 많은데... )
다만 위의 굵은 글씨로 적힌 의견들에는 글쎄, 잘 모르겠습니다.
되게 당연하게 엔믹스의 노래는 모든 주도권이 회사 제작팀에 있다는 의미처럼 들려서요.
여기서 우리는 케이팝 산업을 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과거에도 그랬왔고 지금도, 많은 그룹들이 회사의 프로듀싱과 결정에 따라 결성되고 활동합니다.
자본력과 경험이 빵빵한 기획사일수록 그렇습니다.
축적된 노하우로 그룹을 만들어 대중에게 소개하면 성공은 보장되어 있으니까요.
하지만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요즘의 케이팝은 조금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자체 프로듀싱하는 그룹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고,
특히 요즘 남자 아이돌 중에서 곡을 쓰지 않는 그룹을 찾기가 힘듭니다.
작곡과 작사를 넘어 컨셉까지 직접 정하는 경우도 있구요.
제가 아는 한 남자 아이돌에는 스트레이키즈, 여자 아이돌에는 아이들이 대표적일 것 같습니다.
스키즈는 아예 멤버 구성부터 리더가 직접 했다고 들었고, 아이들 역시 전소연 양의 프로듀싱으로 한층 더 화제가 됐죠.
이제 아이돌들의 음악에도 자아가 생겼습니다.
아이돌 음악은 예쁜 쓰레기나 다름없다며 주장하던 사람들,
진짜 음악과 가짜 음악을 구분하던 사람들이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저격하고 싶진 않지만, 특히 락이나 힙합 좋아하는 사람들이 그게 좀 심합니다.
저도 두 장르 둘 다 좋아하지만, 그냥 자기가 좋아하는 거나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얼마 전 우연히 뉴진스를 총괄 제작하신 민희진님의 인터뷰를 보게 되었습니다.
뉴진스라는 그룹이 본인과 대중에게 어떤 의미가 되었으면 하는지에 대한 답변이었던 것 같은데,
정형화된 프로세스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아티스트로서 멤버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고 싶다는 뉘앙스였습니다.
대중이 뉴진스에 열광하기 시작한 건 그들이 기존에 없었던, 혹은 있었으나 묻혔던 '자유로움' ,'자연스러움'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기 때문이랍니다.
그러면서 엔믹스는 '회사가 정해준 컨셉이 별로다', '멤버들이 아깝다'라며 비판합니다.
있지의 채령님이 시즌비시즌에 나와서 마피아 인 더 모닝을 굉장히 옹호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물론 이영지 양 방송에 나오셔서는 왜 작사에 참여하지 않았냐며 화를 내셨지만...)
해당 노래 역시 엔믹스와 비슷한 비판을 많이 받았던 곡이죠.
그들이 그룹에게서 기대한 노래가 나오지 않으면, 사람들은 당연히 회사를 책망합니다.
마치 그 노래를 부르고 그에 맞춰 춤을 추는 아이돌들은 당연히 그 노래를 싫어할 것이라 생각하면서요.
'회사야 다음에는 잘해라' '컨셉 누가 짜는 거냐'
저는 음악 산업과 개미 눈곱만큼도 연관이 없어 엔믹스 멤버들이 본인 노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정말 댓글들처럼 회사를 원망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제가 알기론 멤버들이 적극적으로 노래 제작에 참여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니 저런 비판이 타당하다고 하시면, 저는 반박할 근거가 아무것도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엔믹스의 음악을 정말 좋아하고, 앞으로 이런 행보를 이어갈 수 있도록 누구보다 응원하고 싶습니다.
그런 입장에서 '나한테 얘네 노래는 별로니까 당연히 얘네도 싫어하겠지?'라는 사람들에게
한마디 하고 싶었습니다.
노래가 마음에 들지 않을 수는 있습니다. 근데 저는 좋은데 어떡합니까?
엔믹스 멤버들도 본인 음악을 좋아한다면, 저는 그걸로 됐다고 생각합니다.
먼 훗날 방송에 나와 '아 저 그때 그 노래 진짜 하기 싫었어요'라는 말을 한다면, 가슴은 아프겠지만
그냥 JYP 죽일놈들 해야겠죠.
그래도... 엔믹스가 이 글을 보게 될 일은 없겠지만, 그냥 마음속으로나마 전해봅니다.
이렇게 엔믹스의 음악을 좋아하고 응원하는 사람이 있으니,
본인들의 노래에 자부심이 있고 좋아한다면, 그냥 밀고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Better to be hated for who you are, than to be liked for who you are not.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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