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야구에 대한 글을 하나 올렸었죠?
SSG 랜더스라는 심플한 제목의 짧은 글이었는데,
대충 경기를 보면서 답답했던 마음을 털어놓는 내용이었습니다.
저는 야구를 올해 보기 시작했습니다.
응원하게 된 팀의 연고지에 거주하고 있지도 않고, 가족 중에 야구 팬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오로지 학교와 가까운 거리에 구장이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가
가랑비에 젖어들어가듯 자연스럽게 SSG를 응원하게 되었습니다.
우스갯소리로 야구팀은 하늘이 점지해준다고도 하죠?
저는 운명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야구를 보지 않는 사람들에게 야구팬에 대해 어떤 이미지를 갖고 있냐고 물어보면,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늘 화를 내면서도 꼬박꼬박 경기를 챙겨보는 이상한 사람들'이라는 답변을 내놓습니다.
저 역시도 야구를 보기 전에는 그런 인식을 가지고 있기도 했구요.
뭐 다른 종목을 야구만큼 좋아해본 적도 없고, 그렇다고 야구를 잘 안다기엔 규칙도 제대로 숙지가 안 된 입장에서
제가 어떤 말을 할 수 있겠습니까만
저를 포함한 야구팬들이 과몰입이 심한 편인 것 같다는 생각은 가끔, 아니 꽤 자주 합니다.
저도 야구를 보기 시작한 이래 정말 급변하는 감정의 롤러코스터 위에 탄 기분을 매일 느끼고 있습니다.
1초 전까지만 해도 답답한 마음에 가슴을 치고 있었는데 홈런 한방에 함박 웃음을 짓기도 하고,
그 반대로 상대팀의 역전 적시타 하나에 울상이 되기도 하고...
그러나 변함없는 제 생각 중 하나는, '선수를 욕하지 말자'입니다.
물론 이런 제가 다른 분들만큼 야구를 좋아하지 않아서 그런 것일 수도 있고, 아직 선수의 역량에 대한
평가를 내리기에는 보는 눈이 없어도 너무 없는 뉴비라서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
다만 야구는 야구일 뿐이니까요.
저는 너무 화가 나고 답답하면 화면을 끄거나 구장을 나가면 되지만,
그걸 업으로 삼고 있는 선수들은 매 이닝, 매 경기 압박감과 스트레스를 이겨내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음을
알고 있기에 저 하나쯤은 말을 얹지 않아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가끔 유튜브에서 야구 동영상을 보다보면 '한국 야구는 레저다' '야구가 레저냐'같은 악의적인 댓글들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근데 저는 저 댓글을 단 사람들의 불순한 의도와는 관계 없이, 야구는 레저가 맞다고 생각합니다.
스포츠는 관객 입장에서 본질적으로 엔터테인먼트에 불과하니까요.
프로 선수의 워크 에식은 물론 중요하고, 그들이 받는 천문학적인 연봉의 일정 부분은 팬들의 성원과 지지로부터
비롯된다는 사실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선수들의 입장입니다.
내가 티켓을 사고 유니폼에 마킹을 하고 시청률에 기여한다는 이유만으로 선수에게 필요 이상의 비난을 하는 것은
그냥 갑질이고 진상짓입니다.
사장님이나 알바생이 '손님은 왕이다'라는 생각을 하는 것은 훌륭한 태도이지만,
손님이 스스로를 왕으로 생각하고 어처구니 없는 것들을 요구하기 시작하는 것은
진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처럼요.
물론 건설적인 비판은 중요합니다.
선수와 팀, 구단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피드백을 주는 행위는 전반적인 실력 향상에도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관객과의 상호 작용을 통한 구단의 이미지 관리 및 관중 유치에도 큰 영향을 끼치니까요.
팬들과의 소통과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팀은 자연스럽게 큰 인기를 얻을 수 없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러나 구장에 가거나 인터넷 댓글을 읽다 보면
비판이 아니라 배설을 하시는 분들이 종종 보입니다.
오로지 본인의 순간적인 감정을, 말하고자 하는 욕구를 해소하기 위해 사회적 필터를 거치지 않고
그대로 싸지르는 것이죠.
그런 분들은 그냥 집에서 TV나 인터넷 중계로 보시고 혼자서 욕을 하든 소리를 지르든 하시기를 권장드립니다.
또 이런 얘기를 하면,
원래 스포츠라는 게 욕하면서 보는 재미인 거다, 스트레스 풀려고 보는 게 야구 아니냐,
이런 말씀들 하시겠죠.
그냥 제 생각입니다.
제가 방구석에서 이런 글을 쓴다고 그런 사람들이 야구장을 갑자기 찾지 않고 댓글을 달지 않는 것은 아니니까요.
다만 이런 생각이 듭니다.
가끔 사람들은 사람 위에는 그 무엇도 없다는 것을 까먹는 경향이 있습니다.
야구도 결국 사람이 만들어낸 게임입니다.
공을 던지고, 방망이로 치고, 베이스를 밟고, 점수를 내고.
이게 어떻게 야구를 하는 그 사람들보다 중요할 수 있겠습니까.
물론 야구가 목숨보다 중요한 사람이 있을 수 있겠죠.
근데 그건 야구를 업으로 하시는 분들의 이야기고,
야구를 '즐기는' 팬 입장에서 야구 선수를 마치 게임 속 NPC 정도로 생각하고
인신 공격이니 쌍욕이니 내뱉는 것은....글쎄요, 성숙한 태도는 아닌 것 같습니다.
나는 야구를 사랑해서 그런 거다, 저 선수가 못해서 나는 어쩔 수 없이 욕을 하는 거다
주장하시는 분들에게.
그냥 스트레스는 풀고 싶고 화가 나는 건 자제가 안되는데 솔직하게 얘기하는 건 어쩐지 쪽팔려서
그걸 야구에 대한 애정으로 포장하시는 건,
어쩌면 대놓고 욕하는 것보다도 더 창피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어디까지나 도가 지나친 비난과 인신 공격을 하시는 분들에게 한정된 이야기입니다.
무엇보다도 그렇게 부정적인 에너지를 쏟는 것은 본인에게도 별로 좋은 일이 아닙니다.
요즘 팍팍한 수험생활의 유일한 낙이 야구 동영상 찾아보기인데,
자꾸 가슴이 답답해지는 글들이 많이 보여 몇 자 적어봅니다.
지난번에 제가 올린 글도 올릴까 말까, 올리고 나서도 지울까 말까 고민을 정말 많이 했지만...
저 글을 선수들에게 직접 보여줬을 때 부끄럽고 미안할까라는 생각을 해봤을 때
괜찮을 것 같다 판단해서 지우지는 않기로 했습니다.
무엇보다 저는 랜더스의 비상을 믿으니까요.
추가로 덧붙이자면, 몇 시간 전에 2군에서 일어난 폭행 사건과 관련한 기사를 접했습니다.
처음에는 믿기지가 않았고, 그 다음으로는 화가 났고 입안이 썼습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그 어떤 것도 사람 위에는 있을 수 없습니다.
본인이 생각하기에 자기 목숨보다 소중한 것이 존재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내가 아닌 타인에게 해를 끼쳐가면서까지 욕심부릴만큼 가치 있는 것은 없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근데 그 기사가 정확하다면 폭행의 동기가 정말 터무니없는 이유더군요.
개인적으로는 그게 누가 됐든 바로 방출 처리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가해자가 데릭 지터나 오타니 급의 선수라고 해도, 야구 선수는 사람이 가지는 직업입니다.
사람으로서의 기본 소양을 갖추지 못했으면서 야구 잘한다고 계속 활동하게 해달라는 건 어불성설이죠.
저 기본 소양이 무엇인지는 사람마다 기준이 다르겠지만,
적어도 제게 후배 꼴보기 싫다고 단체 기합을 주는 선수는 자격 미달입니다.
글이 오늘따라 좀 날카롭게 써졌네요.
곧 지워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수험생 스트레스와 더불어 주제도 주제이다 보니....
여튼 마무리합니다.
랜더스 화이팅!
섬장님도 빨리 폼 되찾으시기를 바랍니다.
저는 오늘도 2018/2022 우승 다큐를 돌려봤답니다.
'아무말 글쓰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를 돌아봐 그대 나를 (0) | 2025.01.06 |
---|---|
어쨌든 무대는 즐겁다 (2) | 2024.10.02 |
나의 글쓰기 공포증 (0) | 2023.04.29 |
죽음에 대하여 (0) | 2023.04.23 |
엔믹스와 케이팝 (0) | 2023.01.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