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뜬금없는 제목으로 글을 쓰게 됐습니다.
사실 내일 시험이 있어서 원래는 공부를 하고 있어야 하지만, 뭔가 오늘 글을 써야겠다는 느낌이 와서
주저없이 노트북을 열었습니다.
제목을 읽으셨다면 대충 느낌이 오신 분들도 있을 것이고, 이게 무슨 소린가 하시는 분들 역시 계실 수 있습니다.
제가 이 글을 쓰게 된 이유는 굉장히 별 거 없는데요,
개인적으로 1년 가까운 시간 동안 즐겨 들었던 [데이식스의 키스 더 라디오]가 지난주를 마지막으로 종영했습니다.
[키스 더 라디오]는 라디오에 많은 관심이 있는 분이 아니시더라도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법한 이름일 것 같은데요.
전에 언급한 적이 있는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제가 한창 힘들었던 2019년의 겨울, 데이식스의 음악을
듣게 되었고 덕분에 그 시기를 잘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애착이 생겨 데이식스가 [키스 더 라디오]의 디제이가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자연스럽게 챙겨 들어야겠다 생각했고, 모든 회차를 들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시간이 나는 날에는 실시간으로 함께하기도 하고 다음날 다시듣기도 하면서 나름 열심히 들었습니다.
저는 라디오와 친한 사람은 아니지만, 라디오라는 매체는 상당히 매력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언젠가 그런 기회가 생긴다면 디제이라는 직업도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그런 점에서 데키라(이하 데이식스의 키스 더 라디오)는 제가 예상한 심야 라디오의 분위기와는 사뭇 달랐습니다.
텐션도 높고, 진행하는 템포도 굉장히 빨라서 예능 프로그램을 보는 기분이기도 했구요.
제가 음악으로 듣던 영케이님의 목소리와는 또 다른 느낌이라 좀 당황하기도 했지만,
계속 듣다 보니 오히려 그런 점이 더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그럼에도 디제이님이 혼자 진행하시는 회차들의 경우 좀 차분한 느낌이 있어서 가끔은 그런 에피소드들만 다시 돌려서 듣기도 했지만요...
그리고 무엇보다 디제이님이 말씀을 너무 잘하셔서 제가 더 매료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TMI지만 디제이님 MBTI가 저랑 같던데, 그래서 사고방식이 더 비슷한 걸 수도 있겠다 생각해봅니다.)
저는 말을 예쁘게 하는 사람은 못돼서 항상 그런 분들을 선망해 왔었는데, 디제이님 만큼 긍정적으로 살 수 있다면
뭐든 못할 것이 없겠다 생각할 정도로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습니다.
저는 따로 사연을 보내진 않았지만 타인에게 건네는 위로조차 저에게도 큰 울림으로 다가왔던 적이 꽤나 많았던 것을
보면, 역시 따뜻함과 다정함은 전도되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길게 쓰고자 한 글은 아니라서 주절주절 감상을 늘어놓지는 않겠습니다.
그냥 마지막 방송 얘기를 좀 하고 싶은데요.
사실 마지막 방송은 제가 다 아쉬워서 당일에 듣지는 않았습니다.
조금 묵혀놨다가 들어야겠다 생각해서 어제와 오늘 나눠서 들었는데, 되게 묘한 기분이더라구요.
마지막 방송에서 디제이님이 해주신 말씀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아쉬움이 영어로 뭘까 궁금해져서 검색해보니, 딱 들어맞는 단어가 없었다.
유의어로 frustration(좌절), sorrow(슬픔) 등등이 나왔지만 아쉬움은 슬픔과 다른 또다른 무언가인 듯 싶다.
제 생각에 아쉬움은 변화의 신호가 아닐까 합니다.
현실에 안주하고자 하는 마음, 새로이 다가올 어떤 사건에 대한 불안함이 뒤섞여
지금과는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 것이라는 예고편 같이 말이죠.
저는 누군가의 음악을 좋아하는 것과 그 아티스트를 사람으로서 좋아하는 것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음악이 너무 좋더라도 음악의 주인이 다른 결의 행보를 보이는 경우도 많고,
그냥 그 사람 자체를 팬심으로 좋아하게 되는 일은 저로서는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데키라를 챙겨 들으면서 디제이 영케이님, 그리고 데이식스라는 밴드 자체에 대한 인상이 굉장히 강하게
남게 된 일은 참 이례적입니다.
덕분에 데이식스의 인터뷰와 과거 방송들도 찾아보게 되었으니까요.
데이식스가 추구하는 음악의 방향성, 그리고 음악을 대하는 태도가 저에게는 참 많은 위로가 되었습니다.
지금 당장은 (물론 몇 주간은 스페셜 디제이 체제로 간다고는 합니다만) 데키라를 더 볼 수 없지만,
그래서 저로서도 굉장히 공허하고 아쉽지만,
추후 다른 플랫폼에서 데이식스의 음악과 영케이님의 이야기들을 또 듣게 될 수 있을거라 생각하니까
그때까지 저는 저의 삶을 잘 꾸려나가고 있겠습니다.
이 글을 누가 읽게 될지, 읽으실 분들이 계시긴 할지 아무것도 확실치 않지만
괜히 마음이 허전해 몇 자 적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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