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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드라마

'가볍게 보기 좋은' 일드 추천 + 약간의 주저리

오늘은!

일드 추천을 해보겠습니다.

최근 일드에 관심이 조금 생겨서 이것저것 보기 시작했는데,

그 중에서 가볍게 보기 좋은 혹은 인상적이었던 몇 개를 추려서 가지고 왔습니다.

거두절미하고 시작하겠읍니다.

스포일러가 가득하니 제목을 보시고 원하지 않으시면 건너뛰어 주세요.

 

1. 과보호의 카호코

출처 - 티빙

굉장히 인상적인 제목이죠?

여담이지만 사실 제가 일어를 전혀 못하고 일본 문화에도 익숙하지 않아서

가끔 이런 일드 제목들을 보면 어색하기도, 신기하기도 합니다.

 

제목을 보고 내용을 대충 유추하셨을 수도 있는데,

이 드라마는 평생 과보호를 받고 살아오던 '카호코'라는 소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어머니의 비호 밑에서 아무것도 스스로 해본 적이 없는 상태로 대학생이 된 카호코는

그곳에서 만나게 되는 '하지메' 라는 청년을 비롯한 주위 여러 사람들과 사건들에 의해

서서히 자립심을 갖기 시작합니다.

 

일단 주인공이 상당히...귀엽습니다.

제가 귀여운 것에는 굉장히 약하지만 또 오글거리는 건 정말 싫어하는데,

카호코를 연기한 타카하타 미츠키 님이 정말 연기를 잘하셔서 보는 내내 작은 병아리의 성장 일기를 보는 마음으로

끝까지 달릴 수 있었습니다.

(사실 밑에 소개할 다른 작품의 주인공이시기도 한데, 저는 중반부까지 두 인물이 같은 배우라는 걸 전혀 몰랐습니다.)

 

저는 원래 답답한 드라마를 굉장히 싫어합니다.

태생적으로 집중력도 약하고 도파민 중독이라 자극적이고 시원한 전개를 좋아하는데,

그런 제가 이런 성장 / 힐링 드라마를 끝까지 봤다는 건 개인적으로 좀 신기하고 특별한 일입니다.

그만큼 제가 드라마 속 인물들에게 큰 애정을 갖게 되었다는 의미겠죠. 

 

카호코의 행동은 솔직히 정말 답답합니다.

대학생씩이나 되어서 어머니나 아버지한테 큰 소리 한 번 내지 못하고,

그 와중에 하지메는 자존심을 이기지 못한 채 속마음을 숨기기 바쁘고,

아버지는 맨날 상상 속에서나 맹활약을 할 뿐 현실에서는 아무것도 못하다가 냅다 집을 나갑니다.

특히 저는 아버지가 진짜 너무 답답했는데,

사이다를 터뜨릴 것처럼 훼이크를 잔뜩 줘놓고 '알고 보니 다 상상이었답니다-'하는 전개가 계속 반복돼서

중간에 화면을 잠깐 멈추고 험한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후반에 할머니 이야기는 좀 뜬금없게 느껴지기도 했구요.

사촌동생 이토나 이모부나 솔직히 그냥 다 별로 마음에 들진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제가 이 드라마를 끝까지 본 이유는

모순적이게도 인물들의 힘이 강하겠죠.

사람은 누구나 입체적이니까요.

결점도 있고, 장점도 있고,

무엇보다 그걸 이겨내고 성장하는 점이 인간사의 묘미 아니겠습니까.

근데 아무래도 시청자는 영화나 드라마를 볼 때 현실과 동떨어진 설정이나 이야기로

대리만족을 하고 싶어하는 경향이 강하니까

그런 현실감을 반영하면서도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키려면 배우의 힘, 매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드라마를 추천드리는 이유는

드라마에 등장하는 배우님들의 연기와 매력만 즐기기에도 부족함이 없기 때문입니다.

앞서 언급한 주인공 카호코를 연기한 타카하타 미츠키 님을 비롯해

하지메 역의 타케우치 료마 님, 어머니 역할의 쿠로키 히토미 님, 할머니 역할의 나미키 하츠요 님 등

매 에피소드에서 이 사람들의 이야기가 어떻게 펼쳐질지, 또 어떤 일이 닥쳐올지를 기대하게 만드는

배우님들 덕분에 지루하지 않게 완주할 수 있었습니다.

인물들에게 애정을 갖게 되었음은 말할 필요도 없구요.

 

그리고 제가 전개가 답답하다고 여러차례 말씀드리긴 했지만,

그렇다고 이야기나 캐스팅 외적인 요소들이 별로인 작품은 절대 아닙니다.

좀 극단적인 설정과 장면들이 가끔 등장하긴 하는데 모두 극중 하나의 장치라고 생각하고

보다 보면 자연스럽게 적응이 되더라구요.

색감이나 연출도 그렇고, 따뜻한 느낌이 많이 들었습니다.

 

여러모로 알 수 없는 매력이 많은 작품입니다.

가볍지만은 않으면서도 너무 보기 힘들지 않은?

어쨌든 제가 이 리스트의 첫 번째에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가 있겠죠.

추천드립니다.

 

 

 

2. 메종 드 폴리스

출처 - 왓차피디아

 

이 작품은 제가 일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되어준 드라마인데 생각보다 언급이 없더라구요?

역시 제 안목이 조금 독특한 건지....

어쨌든 저는 재밌게 봤습니다.

 

일단 주인공이 놀랍게도 앞서 소개해드린 [과보호의 카호코]에서 카호코 역할을 맡으신 그 배우 맞습니다.

저는 [메종 드 폴리스]를 더 먼저 봤는데 [카호코]를 거의 다 볼 때까지 상상도 못했습니다.

그냥 좀 익숙하다고 생각했는데, 그만큼 연기를 잘 하셨다는 거겠죠.

 

대충 이야기를 좀 요약하자면

신참 형사가 은퇴한 베테랑 형사들이 함께 거주하는 '메종 드 폴리스(번역하면 '경찰의 집')'라는 게스트 하우스를

찾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다룬 드라마입니다.

 

한 가지를 미리 말씀드리자면 저는 처음 드라마 소개를 읽고 1화를 볼 때까지만 해도 러브라인이 없겠구나 생각하고

있었는데 몹시 놀랍게도... 약간의 로맨스가 있습니다. 신참 형사 히요코와 메종 드 폴리스의 나름(?) 젊은 피 나츠메

사이에.... 그래도 막 애정행각이 나오고 그러진 않습니다. 참고하시길.

 

수사물의 탈을 썼지만, 역시 성장 드라마에 조금 더 가깝습니다.

옴니버스 드라마라 다양한 사건과 인물들이 나오고 종국에는 숨겨진 이야기도 등장하나

떡밥이 상당히 노골적이고 딱히 대단한 반전이라고 부를 법한 요소도 없습니다.

그렇다고 막 트릭이 엄청 치밀하거나 시청자가 머리를 많이 써야 하는 장면이 있지도 않구요.

클리셰가 상당히 많습니다. 특히 그 초반에 등장하는 세상 밝은 배달 청년이 알고 보니 경찰이었더라...는 설정은

정말 클리셰 오브 클리셰라고 할 수 있죠.

 

이 드라마도 캐릭터의 힘이 강합니다.

물론 코믹한 요소도 다수 등장하고 각본 자체의 텐션 조절도 괜찮아서 작품성이 아주 떨어지는 드라마는 절대 아닙니다만

어쨌든 과반수 이상은 캐릭터 보는 맛으로 보게 되는 작품이랄까요.

 

뭐 볼 거 없나 하고 가볍게 틀었다가 괜찮네? 하고 끝낼 수 있는 드라마인 건 확실합니다.

교훈을 전달하는 방식도 너무 꼰대같지 않고(거부감이 들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역시 가볍게 보기 좋습니다.

다만 조금 억지스럽거나 뜬금없는 설정들이 등장하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 중간에 등장하는 금고 털이 에피소드는 조금 당황스러웠습니다.

그럼에도 끝까지 볼 가치가 있는, 좋은 작품입니다.

 

 

 

 

3. 전남친 <- 리트라이

출처 - 왓챠피디아

 

이 작품은 가져올까 말까 상당히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작품의 완성도나 추천 여부를 떠나서 제 취향과 굉장히 멀어서 뭔가 좀 어색했다고나 할까요...?

근데 지난 글에서도 말씀드렸다시피 사실 저는 로맨스 드라마를 엄청 좋아합니다.

특히 너무 무겁지 않게 볼 수 있는 로맨틱 코미디를 자주 보는데,

처음에는 제 피폐한 독서 취향을 중화하기 위한 용도로 보다가 어느새 그런 작품을 

찾아다니는 경지에 이르렀습니다.

 

그리고 오늘 제가 추천하는 작품들은 제목에서도 나와있다시피 '가볍게 보기 좋은' 것들인데,

이 작품이 그 취지에 부합하기도 하고 나름 재밌게 봐서 소개해드리고 싶었습니다.

 

장르로 표현을 좀 해보자면 청춘 로맨스?

대학교 진학을 위해 상경한 여주인공 미츠가 고등학생 때의 첫사랑을 다시 만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담은 작품입니다.

 

이 드라마의 아쉬운 점을 우선 몇 개 뽑아보자면,

좀 납득이 안 가는 설정들이 있습니다,

특히 작품 전개에서 가장 키포인트가 되는 부분 중 하나가 두 주인공이 서로를 오해하게 되는 장면인데,

오해를 푸는 과정에서 남자 주인공인 카에데가 '헤어지자는 의도가 아니었다'라고 해명을 하긴 하지만

그 장면(헤어질 당시)을 본 제 3자 입장에서는 누가 봐도 그만하자는 뉘앙스로 보였기에....

미츠의 오해라기엔 카에데의 표정 몸짓 말투 문장에서 '네가 야구에 방해가 되니 그만하자'가 너무 느껴져서

미츠 입장에서, 제 3자 입장에서 생각해봐도 아직도 의아한 부분입니다.

 

그리고 그 둘을 엮는 에피소드로 대학 선배가 미츠에게 험한 짓을 하려다 카에데가 구해주는 연출이 사용되는데,

이게 좀 구시대적이랄까...

무엇보다 카에데의 절친인 카즈하가 미츠에게 호감을 느낀다며 다짜고짜 입을 맞추는 장면은 정말 아직도 충격적입니다.

(이게 미드인지 일드인지...)

근데 그게 생각보다 너무 자연스럽게 흘러가서 당황스럽기도 했구요.

카즈하의 사촌이자 카에데의 전여친인 니나의 행동도 요즘은 잘 쓰이지 않는, 오로지 주인공 둘의 서사를 위한 도구 정도의  캐릭터라서 아쉬웠습니다.

이외에도 미츠가 쉴틈없이 이리 휘둘리고 저리 휘둘리는 모습이 자주 보이는데 여러모로 이제껏 로맨스라는 장르에서

매우 많이 보이던 클리셰들이 등장해서 조금은 식상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할 말이 많은데 왜 추천하느냐?

그냥 뇌 빼고 보면 볼만합니다.

배우 분들의 합도 괜찮고, 막 몰입이 깨질 정도의 억지는 많지 않아서요.

(수정: 이 글을 쓰고 드라마를 다시 훑어봤는데, 제 기억이 미화됐나봅니다. 그냥 막장 드라마 보는 기분으로다가

시청하시길...진짜 말 그대로 뇌를 빼고 보시면 됩니다.)

애초에 제가 찾던 드라마는 과한 집중력이나 몰입이 필요하지 않은,

보고만 있으면 알아서 전개를 떠먹여주는 작품이었어서

개인적으로 만족했습니다.

 

 

 

4. 사랑입니다! ~양키 군과 흰 지팡이 걸~

출처 - 카카오 페이지

제목이 엄청나죠?

저도 처음엔 제목 때문에 볼 생각이 전혀 없었습니다.

근데 정말 끌리는 작품이 안 보여서 울며 겨자먹기로 여러 드라마를 찍어 먹어보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괜찮은 전개에 보기 시작한 작품이네요.

 

사실 이 드라마에 대해 코멘트를 길게 할 수가 없는게,

제가 아직 끝까지 보질 못해서...

 

얼굴에 흉터가 있는 양키(양아치라는 뜻이라네요?) 쿠로카와가 약시를 가진 유키코를 만나

사랑에 빠지는 내용입니다.

원래는 다 보고 후기를 남기려고 했는데,

제가 빠른 시일 내에 2편을 쓸 수 있을 것 같지도 않고

그때쯤이면 추천할 작품이 더 많이 늘어나 있을 것 같아서 그냥 가지고 왔습니다.

 

이 작품도 힐링 드라마라고 부를 수 있겠구요,

쿠로카와라는 겉으로 보기엔 세상 험하게 생겼지만 사실 그 누구보다 순수한 인물을 통해

유키코가 자존감을 회복하고 그에게도 기댈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과정이 (아직까지는) 인상적인 이야기입니다.

 

제가 이 드라마를 다 볼 때쯤이면 평가가 조금 달라져 있을 수도 있겠지만,

느낌상 갑자기 엄청 불호가 되거나 그러진 않을 듯 합니다.

여러분도 궁금하시다면 같이 달려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겠죠?

 

 

 

 

4개밖에 리뷰를 안했는데 벌써 체력이 딸리네요.

그래도 지금은 저한테 남는 게 시간이니까 더 많이 보고 될 수 있다면 빠른 시일 내에 다음 글을 써보겠습니다.

아직 진짜 명작이라고 알려져 있는 일드들은 쳐다도 못봤으니까요.

 

그리고 [과보호의 카호코]는 진짜 추천드립니다!

특히 지금 따뜻한 이야기가 고프신 분들은 꼭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뜻하지 않게 위로를 많이 받은 작품이거든요.

 

 

마지막 작품을 제외하고는 본 지 꽤 된 작품들이라

제 설명이나 감상이 부정확할 수도 있겠습니다.

다만 저는 어디까지나 아무것도 모르는 나부랭이에 불과하오니 감안하여 읽어주시길....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