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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드라마

일드 <나는 아직 너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다> (짧은) 후기

처음으로 하는 해외드라마 후기네요.

제가 중드나 일드는 식견이 짧아 해당 장르에 대한 디테일한 설명은 어렵겠고...

그냥 제가 느낀 점들만 몇 개 말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대부분 캐릭터에 대한 얘기가 될 것 같네요.

 

우선 제일 감명 깊었던 인물은 이시다 렌!

작품의 남자 주인공입니다.

 

사실 이 드라마 메인 줄거리가 '오랜 친구가 연인이 되는 과정'을 다룬 것이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좀 불편한 부분들이 있었습니다.

작중에서도 종종 등장하는 지적이지만 너무 친한, 또 오랜 시간을 함께한 이성 친구 관계는

상대방의 연인에게 불안함의 씨앗이 되기 마련이죠.

여기서는 당사자들의 처신이 중요한데, 아무래도 드라마 자체가 그 두 명이 이어지는 게 핵심 내용이라 

'나 사귀는 사람이 생겼으니 그만 만나자'는 장면이 나올리가 없겠죠....

 

그런 점을 제외하면 이시다 렌이라는 인물은 참 좋은 사람입니다.

그 어떤 점보다도 사람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존중할 줄 안다는 점이 저는 제일 좋았는데요,

제가 부모님께 종종 들었던 충고가 '너는 사람한테 기대를 너무 많이 해' 같은 말들인데

처음에는 그게 대체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했었지만

조금 커서는 상대방에게 높은 기대치를 가진다는 것은 다르게 해석하면 상대방이 내가 기대한 대로

행동하기를 바란다고도 볼 수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결국 상대를 사랑하는 게 아니라 내가 멋대로 상상한 상대의 모습을 사랑하는 것이죠.

 

이시다 렌은 그런 점에서 상당히 이상적인 친구이자 연인입니다.

미타라이 요(여자주인공)가 전 연인, 그리고 개인적인 사정 때문에

스스로의 아이덴티티에 혼란을 겪고 방황할 때마다

그녀가 진정으로 하고자 하는 게 무엇인지 잘 생각해보라며 조언하고

친구로서 그가 봐 온 그녀의 원래 모습을 끊임없이 상기시켜주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니까요.

인내심도 상당하고, 또 한 명의 인간으로서 커리어적인 욕심과 능력도 있고.

저런 친구 있으면 참 좋겠다 싶은 사람입니다.

 

여자 주인공인 마타라이 요로 넘어가서...

이 캐릭터는 '좋은 사람'이라기보단 '사랑스러운 사람'입니다.

우선 배우인 아다치 리카님이 풍겨내는 분위기가 상당히 카와이(정말 말그대로) 그 자체인데다

당차지만 여리고, 또 끊임없이 휘둘리지만 중심은 잃지 않는 입체적인 인물이라

보는 내내 즐겁게 이입하며 볼 수 있었습니다.

기본 바탕이 밝고 긍정적인 성격인 인물은 아무래도 더 쉽게 이입하게 되는 경향이 있기도 하구요.

 

다만 앞서도 언급했듯이 두 인물의 가장 큰 문제점!

두 사람의 관계 때문에 주변인들에게 상처를 줬다는 점입니다.

사실 요의 전남친인 류세이는 제가 정말 싫어하는 인간 군상이라 별 불쌍하다고 느껴지지도 않았지만

마키는 무슨 죄...

 

보는 내내 대체 둘이 이 업보를 어떻게 청산하려고 이러나 싶어

좀 답답하기도 했습니다.

 

저한테 일본 드라마는 딱 네 가지 부류로 나뉩니다.

<3학년 A반>, <미유404>, <고독한 미식가>, 그리고 이 <나는 아직 너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다> 타입의 작품들.

(오로지 제 경험에 근거한 분류 체계이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뭐 이 외에도 다양한 장르가 있겠지만

일본 드라마라고 하면 딱 드는 이미지는 이 정도입니다.

 

<나는 아직 너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전형적인 일본식 멜로의 작법을 따릅니다.

조금은 느린 호흡, 따뜻한 색채와 몽글몽글한 분위기, 그 속에서의 성장과 아픔.

코미디 요소는 전무하다시피 하고 서사적으로 자극적이지도 않아 조금은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습니다만

저에게는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를 연상케 하는 훌륭한 드라마였습니다.

곱씹어 볼수록 더 와닿는 대사들도 많구요.

 

아무래도 두 주인공의 비중이 커서 주변 인물들은 조금 전형적인 느낌이 강하긴 하나

이러한 점들을 차치하고서라도 볼 가치가 있는 작품이라 강력이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왜 그런 작품들 있잖아요?

너무 좋다, 너무 잘 만들었다, 입이 떡 벌어진다 는 아니지만

보면 기분이 좋아지고 편안해지는 작품들.

그런 느낌의 드라마입니다.

 

너무 슬프지도, 너무 웃기지도, 너무 설레지도 않지만

그렇기에 역설적으로 더 와닿는 작품.

일본 드라마 입문용으로도,

멜로 드라마가 너무 오글거린다고 생각하는 분들에게도 좋은 드라마가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