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여러분, 오랜만입니다.
오늘은 제가 최근(4~5월)에 본 공연들을 전부 다 짧게 톺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하는데요,
사실 전에 작업하던 글이 하나 있었는데
모종의 사유로 발행이 늦어질 것 같아 새로 하나 쓰게 되었습니다.
평소 제가 공연 후기를 자주 올리지 않거니와 쓰더라도 글 하나에 작품 하나 다루는 경우가 많아 좀 의아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
최근에 제가 심신미약 이슈로 공연을 꽤 다양하게 봤습니다.
근데 이제 생각보다 인상적이고 재밌었던 것들이 많아서 후기글은 쓰고 싶은데
작품 하나당 게시글 하나를 할애할 정도의 체력은 없어서
이렇게 도떼기시장st. 방식을 채택하게 되었습니다.
몇 주 전에 봤던 것들은 이미 기억이 희미해져서 할 말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서도...
일단 고 해봅시다
(순서는 관람 역순입니다)
1. 니진스키
가장 최근에 본 공연이라 할 말이 많겠군요 후후
사실 예매 당시에는 니진스키가 발레리노라는 것 말고는 사전 지식이 전무했는데,
의도치 않게 그 이후에 니진스키(와 디아길레프와 스트라빈스키) 관련 얘기를 많이 듣게 되어서
반강제로 배경 공부를 좀 한 상태로 관람을 했습니다.
최근에 본 라벨 전기 영화에서 스트라빈스키가 언급되기도 했고
무엇보다 학교 수업 시간에 갑자기 <봄의 제전> 얘기가 나오더라구요?
예술/미학 관련 수업이 전혀 아니어서 상상도 못했는데 <봄의 제전>을 세계대전의 미학적 원인이라 주장하는 학자들이
있다는 설명을 듣고 굉장히 신기했습니다.
그래서 대충 <봄의 제전>이 어떤 사적 의의를 가지는지, 또 스트라빈스키가 어느 정도의 위상을 가진 음악가였는지,
그리고 디아길레프와 니진스키가 실제로 어떤 관계였는지 정도를 미리 알고 가니까 이해가 더 쉽더라구요.
근데 뮤지컬을 한 줄로 요약하라고 하면 그냥 '가성비 발레'라고 하겠습니다.
장점: 대학로에서 이 가격에 발레를?
단점: 대학로에서 (이 가격에) 발레....를?
일단 보통 숙련된 기술자(악기 연주나 무용 등등)를 다루는 작품은
어쩔 수 없이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습니까?
배우가 원래 그 분야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이 아닌 이상 당연한 부분이죠.
드라마나 영화같은 영상이면 구도나 편집의 힘을 빌릴 수라도 있지
관객 앞에서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공연이라면 이걸 최대한 어색하지 않게 연출하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근데 저는 발레의 ㅂ도 모르는 사람이지만(실제로 발레 공연은 회피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사유: 토슈즈가 너무 아파보임)
생각보다 춤추는 장면들이 오글거리지 않아서 좋았습니다.
아니 그리고 분신 선생님(이것이 1대 빌리? 저는 박준형 배우로 봤습니다)이 턴을 너무 잘 도시던데요
그리고 니진스키 배우(정휘님)도 춤을 엄청 잘 추셔서 보는 내내 춤 또 언제 추나 기대하면서 봤습니다.
공감성 수치에 굉장히 민감한 제가 이 정도였으니... 훈련하면서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들더군요.
하 근데 작품 자체의 내용이 너무....
허술했습니다.
사실 뭐 시놉시스만 읽어도 내용은 얼추 짐작이 가는데다 나름 네임드 극이라 흐름은 알고 있었습니다만
공연 시작했다 - 공연 끝났다
처럼 느껴질 정도로 뭐랄까 전개가 허망했습니다.
저는 상상할 여지가 많은 대본 vs 어느 정도 가이드라인이 있는 대본 중 하나를 고르라면 후자를 택하는 사람이기에
이런 부분이 더 크게 느껴졌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근데 니진스키의 극본은 약간 생선 가시를 던져주고 이게 무슨 생선일까요~? 하는 느낌이 들 정도로 배우의 연기와
관객의 해석이 너무 큰 부피를 차지합니다.
굵직굵직한 키워드는 나름 확실해서
디아길레프의 경우 호기심/욕심 -> 관심 -> 분노 -> 후회
감정선을 정리할 수 있겠지만,
저 화살표에 해당하는 장면이 거의 없고 씬들이 훅훅 지나가는 바람에 관람하는 내내 인물의 감정을 따라간다기보다는
눈앞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구나, 감상하는 정도에 그쳤습니다.
그리고 디아길레프랑 니진스키는 구도가 확실하게 잡혀있기라도 하지
스트라빈스키는 정말 의뭉스러운 설정이라 이 캐릭터야말로 배우에 따라 너무 달라질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실 배우를 떠나 인물 자체를 이해할 수 있는 장면이 거의 없습니다.
솔로 넘버가 있긴 한데 이게 해당 인물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무엇인지 저는 정확히 이해를 못했습니다.
그냥 느낌 정도만 살짝 맛봤다?
실제로 공연을 같이 본 동행인과 얘기해봤을 때도 스트라빈스키에 대한 해석이 완전 갈리더라구요.
제가 알기로 니진스키가 3부작(니진스키-디아길레프-스트라빈스키) 중 하나인데다
각 작품마다 인물을 해석한 방향이 달라서 제대로 즐기려면 세 공연을 다 보는 게 좋다는데,
큰 그림의 퍼즐 조각이라 하더라도 니진스키라는 작품만이 보여줄 수 있는 색이 확실히 있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공연을 딱 보고 나왔을 때 인상적이었던 장면이나 넘버가 있었다기보다는
그냥 춤 잘 춘다... 가 가장 기억에 남았던 뮤지컬이었습니다.
뭔가 제대로 파고들려면 전캐를 찍어야 할 것 같은 느낌?
근데 그러기엔 돈이 없어요
아 그리고 문득 생각난 건데
로몰라가 정말 너무 평면적입니다.
스트라빈스키는 뭔가 캐릭터성이 강하고 입체적인 인물이지만 그 특색을 보여줄 장면이 없어서 평면적으로 느껴진 캐릭터였다면
로몰라는 그냥 니진스키를 사랑해 -> 평생 옆에 있어줄게 -> 디아길레프한테: 네가 뭔데 여길 와?
말고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인물이 많이 나오지도 않는데 과연 이게 최선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차라리 스트라빈스키를 조금 더 단순하게 만들고 니진스키와 로몰라의 관계를 더 부각시키든가
로몰라 자체에 조금 더 설정을 부여했으면 어땠을까 합니다.
2. 랭보
너무 유명한 극이죠?
저는 이번 앵콜 시즌에만 2번 봤구요,
각각 박정원/김경수/신은호, 윤승우/김지철/송상훈 페어로 관람했습니다.
사실 랭보 진-짜 관심 없었는데
어느날 영상을 보다가 무슨 계시받은 것처럼 박정원-김경수 페어를 보고싶다....! 하는 생각이 들어 예매사이트를 들어가보니
이미 매진이더라구요.......(4연 후반부의 이야기)
정말 막공 당일까지 기다려봤지만 결국 티켓을 못 구해서 눈물을 흘리던 저에게 들려온 앵콜 소식
그렇게 보고 나왔는데....
좋더라구요?
근데 이게 다시 볼 만큼의 좋음인가는 확실하지 않아서 생각만 하고 있다가
최근에 본 공연에서 김지철 배우가 너무 인상적이었어서 그날 집에 귀가하자마자 바로 예매했습니다.
근데 제가 본 두 번의 공연이 느낌이 정말 달라서 굉장히 신기했습니다.
랭보는 배우들 얘기 위주로 하고 싶어서 작품 얘기는 간단하게만 정리하자면,
우선 제가 보들레르의 <악의 꽃>이라는 시집을 굉장히 좋아해서 보들레르 얘기가 나올 때마다 굉장히 반가웠구요,
또 예술과 인간을 다루는 작품들을 좋아해서 작품 자체도 무척 재밌었습니다.
랭보는 악마지만.... 악마라서 삶이라는 지옥을 누구보다 잘 이해한 것 아닐까요.
개인적으로 이 작품에서 가장 좋았던 부분은
현실에 두 발 딛고 살아가는 것을 거부했던 랭보가,
그래서 자꾸 세속적인 것들에 얽매이는 베를렌느를 다그치고 설득하려고 했던 랭보가
마지막에는 지구상 그 어떤 곳보다도 강렬한 대지의 힘을 가진 아프리카의 땅을 밟으며
생계를 위해 노동하다 종국에는 제대로 걷지 못하게 되었다는 점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상의 <오감도>라는 시를 참 좋아합니다.
고등학생 때 국어 학원에서 선생님이 이 시를 잠깐 분석해주셨는데,
사실 너무 오래 전이라 그 내용이 정확히 어떤 것이었는지조차 제대로 기억은 안 나지만
저에게는 너무나도 멀게 느껴졌던 시가 그 수업을 계기로 조금은 가깝게 느껴졌거든요.
어쩌면 한글로 쓰인 것들 중 가장 난해한 시라고 볼 수 있을 작품이 아이러니하게도 시의 재미를 알려준 셈이네요.
근데 오감도를 좋아하는 이유에는 본문도 본문이지만 그 제목도 한 몫을 차지합니다.
흔히 건축 설계도 등을 얘기할 때 쓰이는 조감도(鳥瞰圖)와는 다르게 까마귀 오(烏)자를 써서
'까마귀가 내려다 본 모습'이 되는 건데,
저는 이상이 세상을 내려다보는 까마귀였거나, 적어도 그런 까마귀가 되고자 했다고 생각합니다.
왜 다른 새도 아니고 까마귀인지는 뭐, 많은 학자들이 다양한 해석을 내놓았으리라 예상됩니다만,
저는 그냥 오세영 시인의 <자화상 2> 속 까마귀의 이미지를 떠올리고는 합니다.
말없이 지평선을 응시하는 한 마리 검은 새... 이런 느낌?
근데 이게 중요한 게 아니라
저는 뮤지컬 랭보 속 표현된 랭보라는 캐릭터가 이상과 닮아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철저히 제가 생각하는 이상이라는 캐릭터에 국한된 얘기지만요.
랭보는 세상을 꿰뚫어보는 투시자가 되고 싶었고,
이상은 세상을 내려다보는 까마귀가 되고 싶었다는 것이죠.
와 작품 얘기 짧게 한다 그래놓고 너무 길어졌네요.
뭐 여튼 그래서 작품 재밌었습니다.
다만 대사나 넘버 중 랭보와 베를렌느의 시가 굉장히 많은 부분을 차지해서 한 번에 소화하기에는
제 두뇌 용량 상 무리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대본집을 샀다.... 그런 말씀 드리면서?
배우 얘기...까지 쓰면 너무 길어지는데
에라 모르겠다 생각하고 일단 해보죠 뭐.
(그리고 넘버도 좋았습니다 저는 요즘 앉은뱅이들 열심히 듣고 있어요)
아 근데 제가 지금 첫 공연을 회상하면서 쓰려니까
기억이 희미해서 그런지 아님 그냥 극 자체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해서 배우들에 집중을 못한 채로 봐서 그런지
뭔가 잘 안 써지네요.
이미 분량 많이 할애했으니까 건너뛰고 두번째부터 후기를 써보겠습니다.
(물론 좋았어요 기억이 안 나서 그렇지.... 괜히 다시 보기로 한 게 아니지 않겠습니까?)
일단 여기도 아마 거의 끝자락에 봐서 그런지 애드립이 꽤 있었습니다.
랭보가 들라에 서스펜더를 잡아당기는 장면이라든가
베를렌느가 갑자기 마리오 점프를 해서 랭보 앞을 가로막는다든가 하는 것들 말이죠
근데 이 두번째 관람이 저한테는 꽤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초반에 딱 든 생각:
둘(=랭보와 베를렌느)이 진짜 안 맞는다
였거든요?
누가 연기를 못하고 상대방을 안 받아주고 이런 게 아니라
그냥 그 묘한 삐걱거림이 느껴졌습니다.
처음 봤을 때의 배우들은 제가 예상했던 어리고 거친데 이상적인 랭보 - 낡고 지친 어른 베를렌느 구도로 느껴졌는데
(그래서 이미 파리에 너무 치인 베를렌느가 랭보를 만났을 때 오아시스를 발견한 것 같은 느낌)
이건 뭔가 운명적인 만남의 느낌보다는 분명히 '편지로는 말이 잘 통할 것 같았는데 만나보니까 너무 다른 우리'
처럼 다가왔달까요.
그래서 랭보와 베를렌느가 처음 만나서 이어지는 몇 씬은 이게 뭐지? 하는 생각으로 봤던 기억이 있습니다.
근데 좀 보다 보니까 어쩌면 진짜 베를렌느가 랭보를 이해하지 못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퍼뜩 들더라구요.
그때까지 저는 베를렌느가 랭보를 유일하게 이해하는 인물이 맞지만 동시에 너무 유약하고 세간의 시선에 민감한 사람이라 상황을 견디지 못해 떠났다고 생각했는데,
랭보를 시인으로서 이해했지만 사람으로서는 이해하지 못한 베를렌느와 시를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사람으로서 포용해 준 들라에의
구도로 바라볼 수도 있겠다는 깨달음을 두번째 보면서 얻었습니다.
베를렌느는 결국 랭보라는 사람을 죽은 다음에야 제대로 알게 된 느낌
그래서 이 페어로 한 번 더 볼까 잠시 고민했지만 적당한 회차가 더 없더라구요....
혹시 다음에 또 오신다면 보도록 하겠습니다.
여튼 간만에 공연 보면서 배우의 역할이란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 여실히 느낄 수 있는 경험을 했습니다.
랭보... 참 재밌는 작품입니다.
이래저래 많은 가르침을 준 뮤지컬이기도 하구요.
3. 라흐헤스트
라흐헤스트의 경우
좀 이따 얘기할 프라이드를 한 번 더 볼까 아님 전에 본 적 없는 걸 볼까 고민하다 당일에 충동 예매를 했던 작품입니다.
공교롭게도 바로 위에서 이상 얘기를 했었는데 여기도 이상이 나오네요.
이 작품은 본질적으로 동일 인물인 향안과 동림이 주인공입니다.
이야기 속에서 동림과 이상 / 향안과 환기
두 커플이 나오는데, 사실 향안은 동림이 환기를 만난 후 새로 얻게 된 이름입니다.
동림은 이상과 낙랑파라라는 다방에서 처음 만나 사랑에 빠지지만
갑자기 동경으로 혼자 떠나야겠다는 이상의 말을 듣고 결국 그를 보내줍니다.
하지만 이상은 동경에서 불령선인이라는 죄목으로 수감되고,
동림은 그를 만나기 위해 공모전에 글을 출품하는 등 애를 쓰다 소식을 전해듣자마자
그를 처음 만나 떠났을 때처럼 가방 하나만 들고 일본으로 떠납니다.
이상은 재회하자마자 죽음을 맞이하고, 동림은 그의 유해와 함께 조선으로 돌아오지만요.
시간이 흘러 동림은 환기라는 화가를 만나게 됩니다.
환기는 동림에게 빠져 그림을 그린 편지를 보내고, 둘은 얼마 지나지 않아 소위 말하는 썸을 타게 되지만
한 번 예술가와 사랑에 빠져 그를 잃은 경험을 했던 동림은 섣불리 환기와의 관계에 확신을 가지지 못합니다.
하지만 환기는 동림을 묵묵히 기다리고, 동림은 그에게 '향안'이라는 아호를 달라고 이야기합니다.
일단 라흐헤스트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건 아무래도 조명일 것 같습니다.
포스터에 쓰인 것 같은,
선명하지만 몽환적인 색감의 조명과
강렬한 색감의 조명을 적재적소에 잘 활용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타이밍이 좋다, 구도가 좋다 이런 얘기보다도
그냥 보다보면 색이 예쁘다는 생각이 확 듭니다.
그리고 역광 구도가 상당히 많이 나옵니다.
방금 말한 조명이 무대 중앙 문을 열면 보이는 스크린인데(엄밀히 말하면 조명은 아닌가)
다른 라이트를 다 죽이고 스크린을 확 살려서 인물이 그 앞에 서면 그림자처럼 보이는 연출을 자주 쓰더라구요.
특히 마지막에 환기와 향안의 장면이 개인적으로 좋았습니다.
근데 제가 봤을 때 환기는 역광 때문에 완전히 실루엣만 나오고 향안은 비스듬한 구조 때문에
얼굴 측면이 살짝 보이더라구요?
이게 의도한 건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그게 정말 체리 온 탑이라고 생각합니다.
환기에 이상을 겹쳐 볼 수 있도록 하는 장치인 동시에
이야기의 주인공은 향안/동림이라고 부각시키는 역할을 할 수도 있으니까요.
또 하나 인상적이었던 점은
노래가 상당히 어렵다는 점...
다른 넘버도 그렇지만
환기 넘버가.... 높던데요?
집에 가면서 배우 원래 음역대보다 노래가 높았던 건지 그냥 높은 건지 궁금해서 찾아봤는데
진짜 높았습니다.
그렇다고 배우가 소화를 잘 못했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그냥 제가 보면서
이거 어디까지 올라가는 거예요?
했을 뿐
배우 분 컨디션이나 소화력은 상당히 좋았습니다.
그리고 제가 그 날 최수진 - 박영수 페어로 봤는데
라흐헤스트를 또 볼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만약 또 보게 된다면 같은 캐스팅으로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냥 왠지 모르게 최애 페어가 될 것 같은 느낌...
논리적으로 설명은 안 되지만 그냥 그랬습니다.
최수진 배우님은 사의 찬미 이후로 굉장히 오랜만에 뵀는데 정말 명불허전입니다.
자꾸 말을 덧붙이게 되는데 어차피 마음대로 쓰는 글이니 더 해보자면
관극하고 며칠 뒤에 혜공 공부방송을 봤단 말입니다?
거기서 이상이라는 캐릭터가 굉장히 이해하기 어렵다는 얘기가 많이 등장해서
저도 나름대로 생각을 좀 해봤거든요.
물론 이상이 갑자기 동경으로 떠날 생각을 했다는 게 뜬금없긴 하지만
저는 관람을 할 당시에는 크게 거슬리는 느낌을 못 받았습니다.
그래서 왜 그럴까, 고민을 해 본 결과
그냥 저한테는 그게 별로 중요하지 않아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물론 작가님은 작품 속에서 네 명의 캐릭터와 그들이 가진 서사가 다 잘 보였으면 했다고 말씀하셨지만,
어쨌든 저는 라흐헤스트의 주인공이 향안/동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상이 어떤 고민과 어떤 사고의 흐름을 통해 동림을 떠날 결심을 하게 되었는지는
이상의 이야기인 것이고,
이 작품에서 중요한 건 그런 이상의 행동을 겪은 동림의 반응, 그리고 거기서 드러나는 동림이라는 캐릭터의 특성이라는 말이죠.
물론 이상 나름대로 고통을 겪고 그걸 솔로 넘버로 발산하긴 하지만,
그건 그냥 이상이라는 캐릭터에 설득력을 부여하기 위한 장치이지
작품이 초점을 맞춰야 할 건 동림의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그냥
음, 그렇게 힘들어하더니 떠났군.
동림은 어떻게 할까
정도로 넘어갈 수 있었던 게 아닐까 합니다.
더불어 제가 이상이라는 인물에 평소 관심이 많기도 했을 뿐더러
워낙 여러 매체로 다뤄진 인물이다 보니 전사나 감정선을 이해하는 데 큰 문제가 없었던 것도 한 몫 하지 않았을까 합니다.
제가 이 글을 쓰기 시작한지 약 3일이 지났는데,
그 사이에 또 작품을 2개 더 봤습니다.
이러다간 진짜 영원히 발행을 못하게 될 것 같아서 우선 1편은 여기까지 쓰고
빠른 시일 내에 2편으로 돌아오겠습니다.
이게 몇 편까지 이어질 지 모르겠지만...
제가 애초에 상상한 건 그냥 3-4줄씩만 쓰고 훅훅 넘어가는 거였는데
이 망할 놈의 욕심이 항상 발목을 잡네요.
다음 글에서 뵙겠습니다.
'후기 > 공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뮤지컬 [키다리 아저씨] 후기 (0) | 2024.02.01 |
---|---|
뮤지컬 [레드북] 후기 (2) | 2023.05.21 |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관람 후기 (0) | 2022.01.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