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불면 파도가 울고 배 떠나면 나도 운단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오랜만입니다.
저는 요즘 그럭저럭 잘 지내고 있습니다.
알바도 몇 개 더 하면서 나름 바쁘게 살고 있고,
2024년 목표라던 핸드폰 바꾸기도 홧김에 한 달 일찍 성취해버렸습니다.
이제 3일 정도 됐는데,,,
조만간 갤럭시 플립5 사용기도 기회가 된다면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수능 성적 발표일이 내일이라는 것(사실 자정 지나서 내일도 아님)도 나름 이슈라면 이슈겠죠...하하...
가채점을 하지 못한 죗값을 불안함이라는 이름으로 톡톡히 치루고 있는데
다른 건 모르겠고 내일의 제가 너무 힘들어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글 제목은 [연안부두]라는 노래의 가사 중 일부에서 따왔는데요,
인천 야구의 상징과도 같은 곡이라
야구를 보신다면 아시는 분이 꽤 많으리라 예상합니다.
제가 야구를 보기 시작하고 인천을 사랑하게 된 이유.
김강민 선수가 SSG를 떠나게 되었습니다.
지금이야 좀 나아졌지만 처음에는 좀 많이 힘들었습니다.
심지어 이틀 연속으로 관련 꿈을 꿀 정도로요.
저는 정말 어지간하면 현실감 있는 꿈을 잘 안 꾸는데요.
일단 원래부터가 잠을 좀 깊이 자는 편이라 꿈 자체를 별로 꾸지 않기도 하거니와,
현실 상황과 관련된 내용이 나오는 경우는 정말 드뭅니다.
수능이나 가족 건강 등의 임팩트는 되어야 나올까 말까 한데....
저도 제가 이렇게 김강민 선수를 좋아하고 있었는지 전혀 몰랐는데 이번 기회에 확실히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 아쉽고 헛헛한 마음을 어떻게 메꿀까 하다가
문학 야구장 앞의 김강민 선수 판넬에 팬들이 편지를 남기고 가는 공간이 있다길래
충동적으로 다녀왔습니다.
마침 그 주에 예정되어 있었던 알바 스케줄이 갑자기 비는 바람에...
아무래도 갔다 오라는 신의 계시인가보다 생각하고 바로 걸음을 옮겼습니다.
저는 교대역에서 출발해서 2호선 -> 1호선 -> 인천 1호선 총 2번의 환승을 해야 했는데,
그 전 알바를 하다가 워커 밑창이 찢어지는 바람에 너덜거리는 신발을 붙잡고
말도 안되는 배차 간격에 눈물을 흘려야만 했습니다....
그 와중에 편의점에서 물이랑 참치김밥 사다가 좀 먹어주고...
그리하여 날이 좀 어둑해지기 시작할 때 쯤 겨우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날씨가 쌀쌀해서 후리스를 동여매고 곧바로 선수님 판넬을 찾아갔는데요,
쪽지라도 작게 하나 남기고 오려고 포스트잇과 펜을 챙겨갔으나 이 궂은 날씨에도 찾아오신 분들이
꽤 계셔서 쓸 곳이 마땅치 않아 야구장 안쪽 경기장 근처 벤치에서 사부작사부작 몇 글자 적어내려갔습니다.
*참고로 제 포스트잇을 붙이기 전 사진입니다
이미 몇 번 편지와 쪽지들을 수거해 가신 이후임에도 엄청 촘촘하게 많이 붙어있더라구요.
사진에는 안 나왔지만 편지를 보관하는 플라스틱 상자도 있었는데,
거기 안에도 뚜껑까지 닿도록 편지 봉투들이 가득 쌓여 있었고
제가 붙이기 직전, 그리고 붙이고 나서도 오시는 분들이 꽤 계셨습니다.
마음만 남기고 가겠다던 분들도 이걸 보시곤 비치되어 있던 필기구와 메모지로 몇 자라도 남기고 가시던데..
참 많은 감정이 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건 고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남자 분이셨는데,
노트를 찢어 뭔가를 적으시더니 친구로 추정되는 분에게도 전화를 걸어 남길 말이 없냐 물어보시더라구요.
선수님에게 전할 말이니 얘기해보라고...
오시는 분들은 성별도, 연령대도 다양해 보였습니다.
모두 이 추운 날씨에 패딩을 걸치고 목도리를 칭칭 두르신 채 선수님에게 마음을 전하려는 모습에
내가 굳이 걱정하거나 아쉬워하지 않아도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선수님을 끝까지 응원하겠구나,
그럼 선수님은 어딜 가서도 사랑받는 야구를 하실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서
조금은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제가 앞으로 야구를 계속 챙겨볼 수 있을지는 또 다른 이야기지만요.
타지에서의 대학 생활에, 반수에,
여러모로 다사다난했던 2023년 저는 힘들 때마다 유튜브에
'김강민 수비 스페셜' '2022 SSG 포스트시즌 하이라이트' 등을 찾아보면서
전율했고, 기뻐했으며, 위로받았습니다.
제게 완전히 새로운 세계였던 인천이라는 지역에 애착을 가지게 되었고
허전했던 마음을 채울 수 있었습니다.
이제 선수님은 정들었던 인천을 떠나시고,
저는 뭐... 다시 돌아갈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이번 여행 아닌 여행을 통해 조금은 가벼워진 마음으로
김강민 선수님의 새로운 시작을 응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인천을 떠나신다고 지금까지 쌓아왔던 많은 순간들이 한순간에 없어지는 것은 아니고,
인천에서의 선수님을 사랑했던 저와 같은 사람들의 마음 속에 선수님이 잊혀지실 거라고는
더욱 생각치 않기 때문에....
그냥 행복하시기를 바랄 뿐입니다.
저는 이제 야구와는 거리를 좀 둬야 할 시기가 온 듯 합니다.
제게 스포츠는 낭만이었는데,
낭만이 없는 스포츠는 돈놀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하기에...
제가 생각하는 낭만이 돌아오면 저도 야구를 다시 볼 수 있겠죠?
그것이 언제가 됐든, 어떤 형태로든.
연안부두 가사 첨부하면서 글 마칩니다.
어쩌다 한 번 오는 저 배는 무슨 사연 싣고 오길래
오는 사람 가는 사람 마음마다 설레게 하나
부두에 꿈을 두고 떠나는 배야 갈매기 우는 마음
너는 알겠지 말해다오 말해다오 연안부두 떠나는 배야
바람이 불면 파도가 울고 배 떠나면 나도 운단다
안개 속에 가물가물 정든 사람 손을 흔드네
저무는 연안부두 외로운 불빛 홀로선 이 마음을 달래주는데
말해다오 말해다오 연안부두 떠나는 배야
++ 이건 그냥 웃퍼서 첨부합니다.
2022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 감독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김원형 감독님도
판넬 거리에 한 자리를 차지하고 계시는데....
팬 분들이 거기도 포스트잇을 많이 붙여 놓으셨더라구요.
보다가 눈에 띄는 문구가 있길래 살포시 소개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