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글쓰기 공포증
저는 글쓰기 공포증이 있습니다.
너무 과장된 표현이 아니냐 싶으시겠지만,
이 블로그를 시작하면서 조금 나아졌을 뿐
예전에는 글이나 사진으로 추억을 남기는 걸 정말 병적으로 싫어했었죠.
개인적으로 글이야말로 그 사람의 모든 것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그 사람의 치부, 장점, 단점, 성향, 심지어는 외형이나 자라온 환경까지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글만큼 한 개인을 솔직하게 투영할 수 있는 매체는 없죠.
그래서 저는 글쓰기가 싫었습니다.
글도 참 여러 종류가 있죠?
논설문, 서평, 소설, 에세이, 기타 등등...
논술 학원 선생님이 예전에 제게,
'너는 소설을 써도 피도 눈물도 없는 작품을 쓸 것 같다'라고 하셨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만큼 저는 논설문이나 비평같이 객관적이고 이성적인 태도를 요하는 글에는 일가견이 있었습니다.
반대로 얘기하면 소설이나 에세이같이 문학적이고 주관적인 글쓰기에는 젬병이었다는 소리죠.
그건 아마도, 제가 숨기는 게 참 많은 사람이라서 그랬을 겁니다.
저는 자존감이 매우 낮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자존감은 낮은데 자신감은 높은 케이스?
솔직히 자기 객관화를 못하는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다만 감정적인 부분에서 제 약점이 드러나거나 창피한 모습을 보이는 게 극도로 무서워서
일부러 그런 성격을 감추다보니 자존감도 자연스럽게 낮아진 것도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 흔적을 남기는 게 너무 무섭습니다.
누군가 그 흔적을 들춰내서 웃음거리 삼는 것도 싫고,
먼 훗날 그걸 다시 꺼내봤을 때 내가 왜 그랬을까, 스스로가 한심하고 초라하게 느껴질까봐
글이나 사진같이 '나'를 드러내는 자료들은 조금도 남기지 않으려고 여전히 노력합니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이렇게 비겁한 성격조차 혐오스러워
끝없는 자학의 굴레에 빠진다고나 할까요.
이 블로그를 시작한 것도, 그런 모습을 조금씩 지워보려는 노력의 일환입니다.
과거의 나를 직면하는 것만큼 용기가 필요한 일도 없고,
그러기에 내가 쓴 글을 톺아보는 것만큼 효과적인 방법도 없으니까요.
최근에 개인적인 글을 블로그에 많이 쓰게 됐는데,
제 스스로가 글쓰는 게 조금은 편해진 것 같아 신기한 마음에 몇 자 적어봅니다.